연구대상 고유종의 범주
남·북한에 걸쳐 분포하는 분류군을 고유종에 포함하였습니다. 단, 북한에 제한적으로 분포하여 정보 수집이 불가능한 고유종에 대해서는 별도로 예시하였고, 분류학적 처리는 유보하였습니다.
해양무척추동물의 경우는 분류군 특성상 우리나라와 같은 해역에서 서식하는 분류군 중에서 생물학적으로 중요성이 인정되는 분류군은 고유종사업의 대상분류군에 포함시켰고, 철새 등 이동성이 강한 동물에 대해서도 생활사의 주요시기를 한반도에서 보내거나, 생물학적 보존 대책이 필요한 종 등의 주요 분류군에 대해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분류군 중에서 분류학적 연구가 미진하거나 해당 분류 전문가가 부족하여 분류학적 판단이 어려운 분류군은 본 연구에 의한 한국 고유종 목록작성에서 일단 제외하였습니다. 특히 원생생물, 미생물, 미세조류 및 하등균류 등은 분류군의 특성상 분류군의 한계 및 고유종의 판정 기준에 상당한 문제점이 현존하고, 분류학적 연구의 기반이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에 연구 사업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1992년에 발표된 생물다양성협약은 자국 내에 서식하는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되, 가입국에 대해 자국 생물종의 자세한 목록 및 주기적인 감시 체계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유종은 자생 생물 중에서 특정 지역 내에서만 분포하는 생물종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고유종은 장차 국가 고유의 생물 주권 확립의 핵심요소로서 우선적 보호 및 관리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들에 대한 명확한 분류학적 실체 및 동태 파악을 실행하여,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구축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이들 생물종의 주권국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 기준/모식표본의 기능
생물 자원의 실체 및 동태 파악은 장기간 축적되어온 생물 표본 자료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며, 생물표본은 생물다양성협약에 명시된 자세한 목록 및 감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근거 자료가 됩니다. 특히 기준/모식표본(type specimen)은 생물 분류군이 분류학적으로 처음 정의될 때 사용된 근거 자료이기 때문에, 기준/모식표본은 생물종의 분류학적 실체 판단에 필수적인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생물자원에 대한 연구의 태동기인 19-20세기 초 서구학자와 일본학자에게 연구의 기회를 박탈당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 생물의 분류학적 실체를 구명하는 기준/모식표본이 대부분 외국의 박물관이나 표본관에 소장되어 있고, 이들에 대한 고전 문헌도 상당수 부재하여, 우리나라 고유종의 분류학적 연구에 상당한 장애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고유종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는 아직까지도 그 실체 파악이 매우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은 그 나라 국가생물자원 중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고유종은 그 특성상 개체군의 크기와 분포 범가 작아 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외래종과의 경쟁에서 열성인 경우가 많으며, 유전적 교란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며,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 등에서는 위기종(endangered species)의 범주에 두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생생물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에서는 다양한 국가 생물자원 요소 중 특히 고유종의 관리와 보존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고유종의 소실은 단순히 국가단위의 생물자원 소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서의 멸종을 의미하므로, 고유종의 보존을 위해서는 국가 단위의 관리뿐만 아니라 범국가인 보호 및 관리를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of Conservation of Nature, IUCN)'에서는 '종보전위원회 (Species Survival Commission)'를 산하에 두어 전 세계적인 고유종 밀집지역을 조사·연구하여 왔으며, 다양한 지역에 250여 개의 '지역 고유종 센터 (Regional Endemic Center)'를 지정하여 지속적인 지역 고유종의 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제 보전노력과 병행하여 많은 국가에서는 자국의 고유종 보전을 위하여 국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