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무 사진 글쓴이

붉은주머니광대버섯


 

 

올해 우리나라는 54일이라는 역대 가장 긴 장마와 연이어 발생한 큰 태풍으로 인해 기후적으로 특이한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자연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장마철 많은 비로 인해 공원이나 화단 등의 생활 주변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갑자기 생겨난 버섯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버섯은 토양 내에 실모양 균사의 형태로 생육하다 25℃ 이상의 온도 조건과 생존에 가장 절대적인 요소인 수분이 충분하게 되면, 자실체 즉 버섯이라는 형태로 우리 눈에 쉽게 보입니다. 따라서 여름 장마철, 장마 직후, 태풍으로 인해 비가 온 이후 등의 시기에 버섯 발생이 급증합니다.
버섯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식재료와 약재로써 다양하게 이용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버섯을 잘못 먹어서 발생하는 중독사고도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버섯이 눈에 보이면, 섣불리 버섯을 동정하고 주변 사람들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독버섯 중독사고는 1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까지 2,000여 종의 버섯이 알려져 있으며, 이중 식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버섯은 400여 종으로 20% 내외입니다. 독버섯은 160여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의 버섯들은 식용 가치가 낮거나 식용 가능성을 모르는 버섯들입니다. 하지만 식용버섯으로 알려진 버섯 중 우리나라 야생에서 채취할 수 있는 버섯은 20종 내외로 매우 적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900여 종의 새로운 버섯들이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50종 이상의 버섯이 새롭게 발견되죠. 이는 독버섯을 구별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점점 더 많은 버섯 중에서 독버섯을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종의 유입과 버섯을 구분하는 분류학의 발전으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버섯에 대한 종수는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물론 독버섯의 숫자도 증가 할 수 있죠.

독버섯을 식용버섯으로 잘못 동정하는 요인
독버섯에 의한 중독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일부 식용버섯과 독버섯의 모양이나 색깔이 유사해 오동정 확률이 높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버섯을 전공한 전문가인 저도 현장에서 명확하게 종까지 구별할 수 있는 종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의 내공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 버섯의 형태 변화가 지역, 계절, 생육 정도 등에 따라 차이가 심해 쉽게 종을 단정하지 않고 유전자분석과 현미경적 구조관찰을 통해 최종적으로 종을 동정합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버섯 채집 영상을 올려서 자신의 경험 등을 알리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 동영상에서 너무 자신 있게 종을 판단하시는 모습을 보면 매우 놀랍고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버섯은 단순히 야생에서의 형태만으로 정확한 동정이 되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버섯 동정 콘텐츠를 제작하시는 분들께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 유튜브 영상은 단순히 재미로만 참고해주세요.
버섯의 다양한 색은 버섯을 동정하는 중요한 형질인 동시에 자외선과 세균으로부터 버섯을 보호하는 역할과 포자의 확산을 위해 곤충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최근 들어 버섯이 함유한 다양한 색소들이 항산화활성 등의 유용성이 많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섯을 동정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색소는 오동정 유발의 가장 큰 요인입니다. 비가 오고 나면 원래의 색깔과 다른 색을 띠게 되어 정확한 종 동정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죠.
버섯의 정확한 동정에 어려움을 주는 다른 요소로는 버섯이 생육단계별로 보이는 다양한 형태입니다. 버섯은 생육 초기와 말기에 형태적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일반인이 자신의 부족한 경험에 기초해 버섯의 형태를 단정하게 된다면 잘못 동정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잘못 알려진 독버섯 상식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사실을 전부인 것으로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버섯과 식용버섯의 구별에도 이런 잘못된 인식이 중독사고로 이어집니다.
일반적인 잘못된 인식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독버섯은 색깔이 화려하거나 원색이다, 세로로 잘 찢어지지 않는다, 대에 띠가 없다, 요리 시 은수저가 변색한다, 벌레가 먹지 않는다, 열에 의해 독소는 파괴된다 등입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색깔이 화려하지 않은 백색의 독우산광대버섯, 흰알광대버섯은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맹독성의 아마톡신이라는 독소를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버섯이 세로로 잘 찢어지며 독버섯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맹독성 독버섯인 광대버섯류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대에 띠가 있는 것입니다. 요리 시 은수저 변색은 독소의 종류에 따른 것으로 버섯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독버섯은 곤충들이 먹습니다. 이는 버섯이 진화적으로 포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곤충을 이용한다는 사실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독버섯의 모든 독소가 열에 의해 파괴되지 않으며, 파괴되는 독소의 종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독버섯에 대한 정립된 구별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없으며, 독버섯을 구별하는 방법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종이 발견되면 이 종이 식용 가능한지에 대해 연구자들이 확인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고, 확인하기 위한 노력도 잘 하지 않습니다. 식용 여부를 확인하다가 본인이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독버섯 중독사고 현황
독버섯 중독사고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여 명이 독버섯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최근 충북농업기술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5년간 90여 건의 독버섯 중독사고가 발생하여 10여 명이 목숨을 잃어, 연평균 사고 18건,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운남주에서는 지난 30년간 400명의 지역주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원인 중의 하나로 중국명 작은흰버섯(Trogia venenata)이라는 독버섯이 주목받았습니다. 작은흰버섯에 대한 연구 결과 3종의 독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정확하게 사망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작은흰버섯의 서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독버섯 중독 증상
우리나라의 독버섯 중독 증상은 주로 버섯 섭취 초기에 증상이 발생하고 일부는 수일 후에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심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이 초기 증상이며, 일부 신경독소가 함유된 버섯을 섭취했을 때는 두통, 경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증세가 심할 경우는 급성 신부전, 간부전, 간이식 등의 중대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섭취한 버섯이 포함하고 있는 독소의 종류에 따라 중독증상에 차이가 있어, 치료과정에서 어떤 버섯을 섭취하였는가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것 때문에 섭취한 버섯 일부를 냉장고 등에 남겨두었다가, 병원으로 이송될 때 가져오라는 말을 하지만, 현실적이진 않다고 봅니다. 독버섯 중독사고는 같은 버섯요리를 먹었다고 해도, 각 사람의 건강 상태, 체질 등에 따라 나타나는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따라서,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독버섯의 활용 및 생태계에서의 역할
역설적이지만 독도 잘 쓰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독버섯이 함유한 독성분을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각한 중독증상을 보이는 붉은사슴뿔버섯은 유방암 치료물질인 ‘독소루비신’보다 500배 이상 강력한 항암물질인 ‘로리딘E’를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 살충제가 보급되기 전에는 천연살충제로 버섯을 이용했는데, 파리버섯을 밥알과 비벼 놓으면 파리가 먹고 나서 죽었다고 합니다. 이는 파리버섯의 독성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독성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천연살충제 제조회사에서 파리버섯을 이용한 살충제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추신경에 영향을 주는 독성분의 경우 진통제로의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버섯이 산림생태계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통해 물질 순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독버섯들도 물질 순환의 역할을 합니다. 단지 독이 있을 뿐이죠. 독버섯이 독성분을 가진 데는 생물학적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단지 인간에게 독성이 있다고 해로운 생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독성을 보이지만, 곤충이나 다른 동물에게는 독성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독버섯 피해 예방법
이제 독버섯 중독사고를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100% 식용버섯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절대 야생 버섯을 먹지 말고, 혹시 야생에서 버섯을 채취했다면 절대 버섯들이 섞이지 않게 해야 합니다. 지역에 내려오는 버섯 구별에 대한 전통이나 자칭 전설들의 말을 믿지 마세요. 단순히 도감이나 휴대전화의 앱만을 보고 절대 자의적으로 버섯 종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이것들은 그냥 참고용으로 보시기 바랍니다. 식용버섯이라도 생으로 많이 먹게 되면 중독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생식은 되도록 피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핵심예방법은 우리 농민들이 재배한 식용버섯인 표고, 새송이, 느타리 등을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사서 가족과 안심하고 먹는 것입니다. 야생에서 먹을 수 있는 버섯을 찾고자 하는 수고 대신에 다양한 버섯 요리법을 찾아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맛있게 즐기시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독버섯은 인간이 구분한 범주이며 자연계에서는 따로 구별되어 자라거나 하지 않습니다. 독버섯도 자연생태계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눈으로만 보시는 것이 자연과 여러분의 건강을 위한 작은 실천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창무 연구관
그림 1. 붉은주머니광대버섯. 버섯은 생육단계별로 모양, 색깔, 크기 등의 변화가 심함

그림 2. 붉은사슴뿔버섯

그림 3. 불로초(영지). 그림2의 붉은사슴뿔버섯과 어린 불로초(영지)의 모양이 사진과 달리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관계로 유사하게 보여 구분이 어려움

그림. 4. 싸리버섯류. 싸리버섯은 색깔이 다양하고 비가 오면 수용성의 색소가 씻겨나가 구분이 매우 어려움. 붉은싸리버섯, 황금싸리버섯, 싸리버섯

그림 5. 독우산광대버섯. 맹독성 버섯으로 속설에서 알려진 것과 반대로 대에 띠가 존재하고, 화려하지 않은 백색의 버섯임

그림 6. 파리버섯. 천연살충제로 사용됨

야생 독버섯 먹지 마시고 눈으로만 보세요. 저작물은 공공누리 1유형(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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